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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프로젝토리의 숨은 주역, 크루들의 솔직한 인터뷰

프로젝토리에는 멤버들의 원활한 프로젝트 활동을 돕는 청년 크루(CREW)들이 상시 근무하고 있습니다. 6개월부터 최장 18개월까지 근무할 수 있는 크루는 프로젝토리 공간의 전반적인 운영을 책임지는 동시에 멤버들의 수평적 동료로서 활동합니다.

프로젝토리에서 6개월간 크루로 근무한 바움, 레모나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두 사람은 그동안 크루로서 어떤 경험을 했고,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그 시간이 스스로에게 준 의미에 대해 진솔하게 답해줬어요.




크루 바움(위), 레모나(아래)



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해

바움: 독일어로 ‘바움’이 나무라는 뜻인데, 나무를 좋아해서 닉네임을 그렇게 지었어. 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했고 독일의 교육 정책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야.

레모나: 난 작년에 3기 크루로 활동을 했었는데, 크루 프로젝트에 아쉬움이 남아서 7 기로 다시 들어왔어. 내 본명이 ‘레’로 끝나는데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힘이 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레모나라고 지었어.


Q. 어떻게 크루로 지원하게 되었어?

레모나: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습이 궁금했고, 실패해도 안전한 공간이라는 프로젝토리 소개 문구가 인상 깊었어. 일을 하면서 현실적 제약 때문에 도전과 시도를 하지 않는 내 모습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 

바움: 학교 홈페이지에 뜬 공고를 봤는데 재미있을 것 같았어. 기업 사회공헌 활동과 청소년 교육에 관심이 있는 편이었거든. 개인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끌렸고 수평적인 기업 문화도 궁금했어.


Q. 채용 면접 분위기는 어땠어?

바움: 면접은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어. 압박은 전혀 없었고, 다들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것 같았어. 처음엔 크루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지진 않았는데, 내가 주도적으로 이 공간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어.

레모나: 일반적인 면접은 시간이 부족해서 나를 되도록 많이 보여줘야 된다는 부담이 있는데 여긴 면접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조급하지 않았어. 면접장을 나올 때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어. 다른 지원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행되니까 더 편안했던 것 같아.


Q. 처음 프로젝토리에 와서 느낀 건 뭐였어?

레모나: 처음 올 때는 수평적 문화가 이미 정착되어 있는 곳이라고 예상해서 나만 잘 적응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매월 신규 멤버가 들어오니까 매번 새로운 분위기가 펼쳐지더라고. 지속적으로 수평적 문화를 정착해가고 있는 과정인 셈이지.

바움: 재단 직원과 일하는 시간이 꽤 많을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청소년 멤버들과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 그리고 생각보다 나이가 어린 멤버들이 많았어. 처음엔 막연히 중고생들이 대부분 일거라고 예상했는데, 초등학생들도 꽤 많더라고.

  

Q. 크루는 주로 어떤 일을 해?

레모나: 크루는 프로젝토리 현장을 운영하면서 멤버 활동을 지원해. 포지션은 크게 5가지로 구분돼. 멤버 스케줄과 출입을 관리하는 리셉션 담당, 공간 내 재료를 관리하는 숍 담당, 안전 작업 공간을 관리하는 개러지 담당, 멤버들의 작업 노트를 관리하는 플랜노트 담당, 자신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각종 지원 업무를 병행하는 멀티 담당. 각 포지션을 순환 근무해.

바움: 크루는 모든 포지션을 순환하지만 나는 멤버들과 대화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해. 그래서 난 멀티 포지션을 맡았을 때 멤버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어. 개인적으로 그 시간이 무척 즐겁기도 했고.


Q. 청소년 멤버와 소통이 어렵지는 않았어?

바움: 처음엔 멤버들이 나를 어려워할 것 같다는 걱정이 앞섰는데, 막상 지내보니 멤버들이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대답도 되게 잘 해 주더라고. 수평어 덕분에 나이의 장벽이 허물어진 것 같아. 누구나 처음 보는 사람과는 좀 어색하고 어렵기 마련이잖아. 멤버들도 마찬가지야. 나이 차이 때문이 아니라 크루가 초면이어서 어려웠던 거지.

레모나: 신규 멤버들은 크루를 선생님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 인식을 바꾸는데 시간이 좀 필요해. 멤버에게 어떤 제안을 할 때도 혹시 이걸 정답이라고 느낄까 봐 우려한 적도 있었어. 내가 어떻게 말해야 멤버의 자유로운 생각이 방해받지 않을지 고민을 많이 했던 거 같아.


Q. 멤버에게 크루는 어떤 존재라고 생각해?

레모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 같다고 생각해. 단순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멤버들이 스스로 뭘 해야 할지 깨닫도록 도울 수 있는 것 같아. 한 멤버는 “집에서는 같이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끝까지 안 하게 되는 거 같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어. 그만큼 누군가 함께한다는 사실이 중요한거지.

바움: 크루와 멤버는 ‘동료’라고 생각해.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같이하는 사람이지. 물론 혼자서도 잘 하는 멤버들이 있지만, 어떤 멤버에겐 버거울 수 있거든. 반대로 크루보다 멤버가 더 잘 알고 있는 분야도 있어. 그럴 땐 멤버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해.


Q. 멤버가 진짜 동료로 느껴진 순간이 있었어?

바움: 돌이켜보면 사소한 순간들이야. 멤버들에게 도움을 받거나 깊은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 그런 느낌을 받아. 그림을 못 그리는 내게 미술을 배운 멤버가 진지하게 조언을 해 준 때나, 직조를 하다가 엉켜버린 부분을 해결해 준 때. 나와 가치관이 비슷한 멤버와 한 시간 넘게 대화를 한 적도 있었어.

레모나: 예전에 에릭이란 멤버의 자전거 제작을 도와준 적이 있었어. 서로 의견을 맞춰 가면서 작업했는데, 그 때 에릭은 크루인 내 제안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받아들였어. 아니다 싶은 건 단호히 거절했고, 괜찮다 싶은 경우엔 즉각 반영했지. 그때 에릭이 나를 진정한 수평적 동료로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Q. 크루의 개인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가 있어?

바움: 최근에 내 자신을 인터뷰하는 ‘셀프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멤버들과 논의해서 질문 목록을 만들었어. 그 과정에서 청소년 멤버들과 동등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 성인들과의 대화랑 전혀 다르지 않더라고.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편견이 모두 깨진거지. 만약 프로젝트를 고민하는 크루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하고 싶은 걸 일단 시도하길 바라. 내 관심사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동료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 게다가 여기엔 촬영이 가능한 방음 스튜디오도 있고, 춤이나 연기 연습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도 있어. 뭘 해도 괜찮아.


Q. 전반적인 근무 환경은 어땠어?

바움: 업무량이 딱 정해진 건 아니지만 다들 스스로 찾아서 일을 하는 느낌이야. 공간 내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멤버들과 함께 할 이벤트를 만들기도 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회의를 하기도 해. 가끔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크루들을 되게 잘 뽑았다는 말을 하기도 해. 워낙 능동적인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으니까.

레모나: 청소년 활동 현장에서 근무하지만 사무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업무량은 시기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지금은 적당하다고 느껴. 비슷한 또래의 크루들끼리 한 사무실을 쓰고 대부분의 업무를 함께하기 때문에 더욱 수평적이고 편안한 것 같아. 참, 점심으로 제공되는 밥이 정말 맛있어. 아마 다들 동의할 걸.


Q. 혹시 근무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어?

바움: 아무래도 주말 근무를 하면 지인들과 약속을 잡을 때 불편할 점이 있긴 해. 물론 평일에 쉬면 어디든 한산하다는 장점도 있지. 그리고 간혹 멤버들에게 단호하게 말해야 할 때가 있는데 수평적인 관계에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야. 그럴 땐 더욱 조심스럽게 말하게 돼.

레모나: 나도 비슷한 지점에서 어려움을 느껴. 안전 사고의 우려가 있거나 멤버들 간의 갈등이 있을 때 크루가 중재를 해야 하는데 내가 갑자기 단호한 모습을 보이면 멤버들이 이질감을 느낄 수 있거든. 하지만 안전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지. 그 외에 멤버들 간의 갈등이나 규정 미준수에 대해서는 면담을 통해 멤버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Q. 크루로 근무하면서 얻은 게 있다면?

바움: 창의 공간에 있으니 나도 덩달아 창의적으로 사고하게 되는 것 같아.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게 다른 사람들에겐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에 자주 놀랐어. 또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칭찬을 많이 하게 되고 단점보단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게 돼. 서로의 배경과 관심 분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그 다양성에서 에너지를 많이 받아. 시야도 넓어지고 더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레모나: 멤버와 크루들을 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어. 예전에는 내 생각을 중심으로 의견을 냈던 것 같은데 여기에서 나와 다른 의견을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 동료들을 보면서 배운 것 같아. 


Q. 크루는 다른 활동(인턴, 대외활동)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레모나: 보통의 경력 활동은 관심 분야 내의 기업들을 알아보게 되는데 여기는 경험의 폭이 넓은 것 같아. 다양한 배경을 가진 크루들과 같이 일하다 보니 더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었어. 나는 문화기획을 전공했지만 같이 일한 크루 중엔 미술 이론을 전공했거나, 웹툰을 그리는 크루도 있었고, 문학을 전공한 경우도 있었거든.

바움: 청소년들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 키도 빠르게 성장하고 마음도 무럭무럭 자라는 게 눈으로 보이거든. 그리고 시키는 일만 하는 곳에 비하면 여기서는 주도적으로 일을 만들고 의견을 낼 수가 있어. 실제로 내 의견이 운영에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일 할 수 있었어.


Q. 크루를 하려면 특별한 경력이나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바움: 이건 절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어. 왜냐면 내가 그런 능력이 있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거든… 다만 관심사는 분명히 있어야 할 것 같아. 그래야 멤버들과 이야깃거리도 생기고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여지도 생기니까. 그 경험을 멤버들과 나누려는 의지도 필요할 것 같아. 

레모나: 나도 특별한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다만 여긴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니까 편하게 녹아들 수 있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어린 청소년과의 소통을 과하게 두려워한다면 일하기가 쉽진 않을 거야. 물론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문제없지.


Q. 프로젝토리는 어떤 곳이라고 생각해?

바움: 프로젝토리는 멤버들에게 새로운 의미의 놀이터라고 생각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프로젝트’라는 놀이를 배우고, 무엇이든 시도해보다가 넘어져도 마냥 즐거운 그런 곳. 그 경험을 통해 어느새 스스로 안전하게 실패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같아. 배움터라고 할 수도 있겠네.

레모나: 크루 입장에서는 ‘나에 대한 고민을 유예해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난 처음 여기 왔을 때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았는데, 나보다 열정적인 동료들을 보면서 의기소침해졌어. 근데 시간이 더 지나니까 내가 진짜 원하는 걸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크루를 다시 지원했지. 여기서 나를 잃든, 찾든, 나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는 곳인 건 확실해.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일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명확히 느낄 수 있거든.

  

Q. 크루 활동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조언 부탁해

레모나: 하고 싶은 걸 찾기 위해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어. 다양한 사람이 모인 이곳에서 어떤 영향이든 받을 수 있을 거야. 진로 계획이 확고한 사람에게는 크루 활동이 소모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진로를 고민 중인 사람이라면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될거야.

바움: 나는 좋아하는 게 명확한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어. 여기 와보면 생각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거든. 그리고 아이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해 본 경험이 없거나 아이들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충분히 해볼 만할 것 같아. 스스로를 의심하면서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지원 해보길 바라. 언제 이런 희귀한 경험을 해보겠어?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맑은 눈빛을 반짝이면서 그동안의 경험과 성장에 대해 말해줬어요. 그 눈빛만으로도 이들이 크루 활동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느낄 수 있었죠. 멤버들이 프로젝토리에 와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건 언제나 이렇게 진심 어린 눈으로 바라봐 주는 크루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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