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Projectory

소식

파일럿 운영을 통해 발견한 프로젝토리의 가능성

프로젝토리(Projectory)는 프로젝트(Project)와 실험실(Laboratory)의 합성어입니다. 열정 있는 아이들이 모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프로젝트에 마음껏 도전해 볼 수 있는 실험공간이지요. 지난 포스팅에 이어, NC문화재단이 어떤 과정을 거쳐 프로젝토리를 준비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 자기주도적으로 생각하고, 참여하고, 실행하는 곳
2. 끊임없이 도전하며, 결과보다는 시도가 중요한 곳
3. 다양한 사람, 생각, 삶의 방식을 편견없이 존중하는 곳
4. 서로의 나이나 직위에 상관없이 수평한 관계를 맺는 곳
5. 새로운 관점과 시각에서 무한한 영감을 받는 곳


지난 포스팅에서 전해드린 것처럼 NC문화재단은 1년여간의 사전 조사와 고민을 통해 위와 같은 프로젝토리의 모습을 그려 보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곳이 있다면, 그 곳에서 아이들은 어떤 다채로운 성장을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잔뜩 기대하며 말이죠. 하지만 마음 한 켠에 남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모습이 가능할까?”

우리나라의 교육은 계속해서 변화를 모색하며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전히 지식 습득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라는 인식을 완전히 떨쳐 버리지는 못했죠. 능동적인 학습보다는 수동적인 학습에, 수평적 관계보다는 수직적 관계에 더 익숙한 우리 아이들이 프로젝토리라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 지 걱정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걱정만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죠. 아이들에게 도전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부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해보자는 마음으로 NC문화재단은 프로젝토리 파일럿 운영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첫 단추를 잘 꿰고 싶었습니다. 공간과 환경 자체로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고려대학교 파이빌(π-ville)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학생들의 다양한 ‘딴 짓’을 장려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공간으로, 중고 컨테이너 38개를 견고하게 쌓아 올린 형태로 지어진 독특한 건물이죠. 



 

이곳은 프로젝토리와 마찬가지로 다양하고 자유로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무엇보다 파이빌 운영진께서 프로젝토리의 사업 취지에 깊이 공감해 주셨기에, 파이빌을 프로젝토리의 첫 번째 파일럿 운영 장소로 흔쾌히 내어 주셨습니다. 

NC문화재단은 참가한 아이들이 자신만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공간과 환경을 구성했습니다. 각종 도구와 재료를 완비하고, 안전수칙과 활동 규칙을 마련했으며, 재단 구성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참가자(멤버)들을 지원할 청년 운영단 및 외부 전문가(크루)도 모집했습니다.

   



드디어 프로젝토리 파일럿 운영 첫 날! 비공개 모집을 통해 선발한 초등학생 멤버들이 두리번거리며 공간에 들어섰어요. 아이들은 프로젝토리의 모든 것을 낯설어 했습니다. 선생님처럼 보이는 어른을 닉네임으로 부르며 수평어를 사용하는 것도, 주어진 과제가 아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도, 평소에 접하기 힘들었던 도구와 재료들을 만져보는 것도 이 멤버들에겐 너무나 생소한 경험이었으니까요. 처음 몇 일 동안 아이들은 쭈뼛쭈뼛 몇 가지 재료를 만지작거리고, 옆 친구는 무엇을 하나 눈치를 보며 단순한 만들기를 하고 집에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재단 구성원들도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라도 해 보라고 과제를 줘 볼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들을 믿고 더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프로젝토리는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자기 안에 잠재되어 있는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니까요. 그리고 아이들은 그런 우리의 믿음에 화답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저 뭐 해야 돼요?”가 “써니(청년 크루 닉네임), 내가 석고 작품을 찍어내고 싶은데, 이 정도면 틀이 튼튼할까?”가 되는 데는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빠르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자신만의 작업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2주 간의 짧은 기간 동안 멤버들은 목공, 바느질, 코딩, 회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150개 이상의 작업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동생과 함께 놀기 위해 뾱뾱이 펜싱 세트를 만든 친구도 있었고, BTS의 팬인 한 친구는 용돈으로 사기 어려운 비싼 응원봉을 직접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중세시대의 방패를 재현한 친구도 있었고, 코딩을 활용해 무선조종 자동차를 만든 친구도 있었죠. 저희의 걱정과 달리, 아이들은 모두가 하고 싶은 것이 있었고, 어느덧 누군가의 간섭 없이 자신의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작업들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뜻대로 되지 않는 작업도 있었고, 몇 번을 시도해도 실패가 반복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멤버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응원해주는 크루들과 함께 아이들은 계속해서 시도하고 도전해 나가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죠.




매 순간 저희의 예상을 뛰어넘는 아이들이었지만, ‘천하제일 프로젝토리 스페셜 돛단배 대회’는 아이들이 만들어낸 프로젝토리 파일럿 운영의 하이라이트였어요. 한 멤버가 모터를 이용해 움직이는 배를 만든 것이 발단이었는데요, 자신이 만든 배를 띄울 곳이 필요했던 그 친구는 다른 멤버들과 크루의 도움을 받아 수조를 직접 만들었고, 수조가 생기자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배를 만들기 시작했어요.이 모든 것을 지켜본 한 멤버가 ‘천하제일 프로젝토리 스페셜 돛단배 대회’라는 이름의 대회를 열자고 제안했고, 어느 순간 수조 옆에는 초시계를 든 심판과 기록표가 생겨 있었습니다. 



   
   
멤버들은 각자의 배를 만들어 기록을 재어가며 배의 성능을 개선하는데 몰두했고, 대회는 뜨거운 응원 열기 속에 며칠 동안 이어졌습니다. 1등 기록 보유자가 2등의 배를 함께 개조해주는 아름다운 모습도 볼 수 있었고요.

그렇게 프로젝토리에서 처음 만난 멤버들은 서로의 나이와 학년과 무관하게 관심사를 나누고 작업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빠르게 관계를 형성해 나갔습니다. 이런 모습에서 엿보인 자발적 커뮤니티 형성의 가능성은 재단이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발견이었어요.





프로젝토리에 오기 위해 주말 아침 7시 반부터 일어나 엄마를 보챘던 멤버 망고는 마지막날도 장장 4시간을 연달아 활동을 하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던 프로젝토리는 ‘프로젝토리에 또 오고 싶다 96% (멤버 설문조사)’, ‘프로젝토리가 본격적으로 운영된다면 아이를 보낼 의향이 있다 100% (보호자 설문조사)’란 결과를 남기며 2주간의 첫 번째 파일럿 운영을 마무리했습니다.




원래는 이 번 포스팅에 두 번의 파일럿 운영에 대한 내용을 모두 담으려 했는데, 작년 5월과 6월의 신나는 기억을 떠올리며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분량 조절에 실패했네요^^; 

다음 편에서는 성공적인 첫 번째 파일럿 운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부족해 두 번째 파일럿 운영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두 번째 파일럿 운영을 통해 프로젝토리가 어떻게 한 단계 더 진화했는지에 대해 보다 자세히 소개해 볼까 합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파일럿 운영은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발생 전인 2019년에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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