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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토리, 한 번의 파일럿으로는 부족해!
2020. 8. 5.프로젝토리(Projectory)는 프로젝트(Project)와 실험실(Laboratory)의 합성어입니다. 열정 있는 아이들이 모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프로젝트에 마음껏 도전해 볼 수 있는 실험공간이지요. 첫 번째 파일럿 운영을 다룬 지난 포스팅에 이어, 두 번째 파일럿 운영을 통해 한 단계 더 진화한 프로젝토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2019년의 초여름, 프로젝토리의 첫 번째 파일럿 운영을 마친 NC문화재단의 구성원들은 이견 없이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프로젝토리는 꼭 생겨야 한다는 것’.
참여한 아이들과 보호자 모두가 만족해 하며 프로젝토리가 언제 정식으로 오픈하는지 물어봤을 때 정말 보람이 컸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 생각이 우리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최선일까? 더 잘 할 수는 없을까?’
이 부담의 근원은 NC문화재단이 미래 세대를 위한 프로젝트를 한창 고민하던 2018년 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재단은 아이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고 싶어 서울과 경기도의 초등학교들을 찾아갔습니다. 우리의 머리속에 있던 프로젝토리의 컨셉을 설명하고 이런 곳이 생기면 어떨 것 같은지, 이런 곳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물었는데 답변을 하던 아이들의 진지한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곳이 학교라면 전학 가고 싶어요.”
“정해진 틀을 벗어나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한국 교육은 너무 주입식이잖아요. 이런 곳이 빨리 생겨서 교육 방법도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프로젝토리에 대한 아이들의 염원과 응원은 정말 강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가능하면 최선의 것을 주고 싶었습니다. 무엇이 최선인지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었지만, 재단은 조금 더 고민해 보기로 했습니다. 참여한 모두가 만족한 프로젝토리였지만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첫 번째 파일럿 운영의 여러 요소를 하나하나 뜯어보며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그러자 보완해야 할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활동이 물리적인 만들기에 더 집중된 것 같은데 더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도와줄 수 없을까?”
“초등학생으로 참여 연령을 제한할 필요가 있을까?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한 공간에서 수평적으로 어울리는게 불가능할까?”
“짧은 호흡의 간단한 활동들을 하는 것에 더해, 조금 더 긴 호흡의 프로젝트를 가능케 하려면 무엇을 해 줘야 할까?”
이 물음들에 답하기 위해 또다시 치열한 논의들을 이어갔고, 그렇게 한 층 업그레이드된 두 번째 파일럿 운영이 기획되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프로젝토리를 아이들에게 선보일 일만 남았죠.
2019년 가을, NC문화재단의 두번째 프로젝토리 파일럿은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크리킨디센터(서울시립은평청소년미래진로센터)에 터를 잡았습니다. 크리킨디센터는 사회적 흐름에 맞는 새로운 진로모델을 개발하고 실험하며 청소년들의 미래 역량을 키우기 위한 공간으로, 첫 번째 파일럿 공간이었던 파이빌과 마찬가지로 프로젝토리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었어요. 운영 기간도 4주로 더 길어졌습니다.




그렇게 파일럿 운영의 첫 주를 맞이하며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섞여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중학생 멤버들이 초등학생 멤버들을 유치하다고 생각하진 않을지, 초등학생 멤버들이 중학생 멤버들의 존재를 부담스럽게 느끼진 않을지 걱정이었죠.
하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멤버들은 금방 서로 어울리기 시작했어요. 서로의 나이나 학년을 묻지 않고 멤버와 크루 모두가 수평어로 소통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멤버들의 활동도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멤버도 있었고, 자작곡을 만들고 다같이 프로젝토리 로고송을 녹음한 멤버도 있었어요. ‘행복을 만드는 가치란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토론한 내용을 정리해 공유한 멤버들도 있었고, 세 명이 모여 출판사를 차리고 책을 만들어 서로 감수해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으니까요.
게임 개발, 생태연구, 안무 제작, 영상 편집, 독서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토리 속 멤버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다채로웠습니다.






일회성 작업을 넘어선 장기 프로젝트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기획-설계-도면 작성-재료 탐색 및 구매-목공 작업-전자 회로 작업을 거치며 한 달을 꼬박 들여 게임에서 봤던 빛나는 LED 방패를 만든 멤버도 있었고, 직조에 빠져 몇 주 동안 묵묵하게 작업한 결과 아름다운 천을 짠 멤버도 있었죠.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에게 집을 만들어 주기 위해 여러가지 재료와 씨름하며 몇 날 몇 일을 땀 흘려 작업했던 멤버가 완성된 집에 편히 앉아 있는 고양이 사진을 크루들에게 선물했을 때의 감동은 여전히 잘 가시지 않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를 놓고 여러 명의 멤버들이 번갈아 가며 미술 작업을 릴레이 형태로 이어나가 완성한 매스드로잉 (Mass Drawing) 이야기도 빼 놓을 수가 없네요.
누군가의 스케치 위에 색을 입히고, 손에 물감을 묻혀 칠하며 입체감을 살린 면 위에 다른 멤버가 다양한 재료를 덧붙여가며 한 달에 걸쳐 완성한 멋진 작품을 기념하고자, 이를 엽서로 만들어 멤버와 크루에게 나눠줬던 것은 정말이지 즐거운 기억입니다.

4주의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갔습니다. 두번째 파일럿 운영의 마지막 날, 정든 멤버 및 크루와의 이별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친구도 있었고, 정식 오픈하면 또 보자며 쿨하게 손을 흔들고 떠난 멤버도 있었습니다.
마무리 설문조사에서 멤버들의 만족도와 재참여 의사가 매우 높았던 것은 물론이고, 90%에 가까운 멤버가 ‘프로젝토리 활동을 하며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응답했습니다. 부모님들도 수동적으로 시키는 것만 하던 아이들이 프로젝토리에만 오면 눈빛이 빛나면서 주도적으로 변한다고 만족해하셨죠.

프로젝토리에 참가한 멤버들이 남긴 주옥 같은 소감을 살짝 살펴볼까요?
“프로젝토리는 소금 같아. 흔히 사용되지만 음식에 소금을 넣지 않으면 맛이 안나듯, 프로젝토리도 편하게 올 수 있어서 아무렇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은 없어서는 안될, 굉장히 소중한 곳이야. 특히 수평어를 사용하는 게 소금처럼 중요해”
- 멤버 A
“프로젝토리는 어긋나지 않는 자유야. 자유는 자칫 잘못하면 어긋나서 통제가 안 될 수 있지만, 이 곳의 자유는 그렇지 않거든”
- 멤버 R
“나무 자르는 냄새가 정말 좋았어. 실패해도 괜찮을 것 같은 냄새였지”
- 멤버 S
“프로젝토리 크루(운영단)들은 모두 모두 별 같아”
- 멤버 C
멤버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도 감동적인 후기를 남기셨어요.
“아이의 작업일지를 보며 너무 감동스러워 눈물이 났습니다. 제가 알지 못했던 아이의 모습을 알 수 있었고, 편견 없이 긍정적으로 아이의 장점을 바라봐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 멤버 B의 어머니
“단순한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닌 앞으로 변화되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 멤버 M의 아버지
“프로젝토리를 통해 자신감, 성취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 멤버 Y의 어머니
프로젝토리에 참가한 멤버들의 활동모습은 담은 영상과 함께 이번 편을 마무리해볼까 해요. 이제 프로젝토리의 공식 오픈이 정말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다음 편에서는 프로젝토리 문화와 규칙, 멤버십을 포함한 활동 안내를 구체적으로 전해드릴게요!
*파일럿 운영은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발생 전인 2019년에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