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상상이 실현되는 프로젝토리의 공간
2020. 9. 25.
지난 8월, NC문화재단 사옥 개관과 함께 프로젝토리 공간도 단장을 끝내고 오픈 준비를 마쳤습니다. 과거 열쇠를 전시하는 ‘쇳대박물관’으로 불렸던 이 공간은 아이들의 자기주도적인 활동을 위한 창의 공간으로 새롭게 변신했습니다.

원래 이 건물은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것으로, 대학로의 역사를 간직한 상징적인 건축물입니다. 외관은 열쇠를 상징화 한 두꺼운 철판으로 둘러쳐져 있지만 내부로 빛과 바람이 들어오도록 비워진 공간을 확보해 놓은 독특한 구조입니다. 재단은 본래 건축 의도를 살리기 위해 최대한 본모습을 보존하면서 리모델링을 진행했어요.

프로젝토리는 NC문화재단 사옥의 3, 4층에 약 450㎡ 규모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서 재단은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고심했습니다.
‘아이들의 창의적인 활동에 최적화된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재단은 이미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국내외 다양한 공간을 견학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으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고, 설계부터 시공까지 수십 번을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점차 완성도를 높여갔습니다. 폐쇄적인 구조로 지어진 박물관의 개방감을 최대한 살리고 이용자 동선은 효율적으로 재배치했어요.
아무래도 이 공간의 주인공이 호기심 충만한 아이들이다보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았죠. 그렇게 장장 1년에 걸쳐 열심히 준비한 프로젝토리 공간은 지난 8월에 최종적으로 완공이 되었습니다.
재단 직원들은 공사가 끝나자마자 공간을 채우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어요. 수십 개의 책상과 의자를 비롯한 각종 가구들, 150종의 도구와 장비, 200여종의 재료, 수백권의 도서를 채워 넣었습니다. 멤버들이 사용할 컴퓨터와 테블릿 PC, 각종 장비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증에 대비해 자동 체온 측정기도 비치했습니다.

이어서 멤버십 가입을 위한 상담도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학부모님들이 프로젝토리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와 함께 방문해 주셨고, 보호자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은 약 1시간 동안의 현장 투어를 통해 프로젝토리 공간을 직접 체험해보았습니다.
프로젝토리에 처음 들어선 아이들의 눈은 하나같이 초롱초롱 빛이 났어요. 프로젝토리 출입구인 4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넓은 테이블과 책이 가득 꽂힌 책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멤버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과 영상을 보거나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무럭무럭 키워가는 곳이죠.


이곳에서 마음이 맞는 멤버들끼리 글을 써서 한 권의 책을 펴낸다거나, 어젯밤 꾼 꿈을 생생한 웹툰으로 그려내거나, 꼭 한 번 다녀보고 싶은 미래의 학교를 직접 설계하는 등 상상속에만 머물던 프로젝트를 현실에서 풀어내는 시도를 합니다.


4층의 중앙에는 하늘까지 뻥 뚫린 중정이 있어서, 아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죠. 눈이나 비가 오면 이 공간에서 눈비가 떨어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답니다.
중정의 오른편에는 다양한 분야의 매거진과 검색 및 편집 작업을 위한 컴퓨터가 갖춰져 있습니다.


그 밖에도 다른 멤버들과 토론할 수 있는 회의실과 각종 음향 작업을 위한 소리실도 이용할 수 있어요. 완전 방음시설이 갖춰진 소리실에서는 작곡이나 녹음 작업은 물론이고 유튜브에 올릴 영상 콘텐츠를 직접 촬영해 볼 수도 있어요.
계단을 통해 내려온 3층은 4층보다는 조금 더 거친 느낌의 작업 공간입니다.

“탕탕”, “뚝딱뚝딱”, “드르르륵”, “사각사각” 등 다채로운 소리로 가득한 곳이죠. 전구가 번쩍거리고, 소형모터가 위~잉 하고 돌아갑니다. 노끈, 단추, 프로펠러, 구슬, 철사, 솜, 스티로폼, 스펀지 등 200종이 넘는 다양한 재료가 양쪽 벽면에 가득하고, 드라이버, 니퍼, 스패너, 망치 등 150종의 도구도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전동드릴, 톱, 샌딩기 등 사용이 까다로운 고급 도구는 안전을 위해 ‘개러지(Garage)’라는 제한된 공간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곳에는 안전을 담당하는 청년 크루(Crew)들이 상시 대기하면서 멤버들의 작업을 도와주고 있어요.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아이들도 4층을 한바퀴 둘러보고 3층에 내려올 때쯤 되면 이미 마음이 활짝 열리게 되죠.
작업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모두들 ‘우~와!’하는 감탄사를 내뱉는 것도 잠시, 각종 재료와 도구를 꺼내 만져보면서 어떤 프로젝트를 하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평소 재활용품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한 아이는 ‘이 돌멩이들로 뭘 만들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고, 자동차에 관심이 많는 다른 아이는 커다란 폐타이어를 보며 ‘우와~ 진짜 자동차 타이어가 있네!’라며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종이에 세밀한 설계도를 그려보는 아이가 있는 반면, 바로 재료를 꺼내 이어 붙이기 시작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이미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느끼고 있었죠.


재단은 공간을 구성하면서 소소한 것들까지 신경을 썼습니다. 도구마다 스티커를 붙여 장갑을 꼭 끼고 사용해야하는 것들을 구분했고, 전선이 발에 걸리지 않도록 콘센트는 천장에 매달아 당겨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채광과 조명을 밝게 해서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했고, 작업 동선도 단축했어요. 화장실은 휠체어도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참고로 프로젝토리 공간은 보호자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자유로운 실험 공간에 어른들이 들어서는 순간 이 곳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프로젝토리 메인 공간 외에 다른 층도 프로젝토리 멤버들이 비정기적으로 사용가능한 공간입니다.

1층 로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으로, 프로젝토리 가입 상담도 이곳에서 진행이 돼요. 간단한 취식과 대기를 하는 곳이죠.


흰 도화지 같은 느낌의 2층 스튜디오는 가벽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를 포함한 다양한 전시를 통해 멤버들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는 곳입니다.

강당이나 소극장으로 사용가능한 지하1층 홀은 비정기적인 대규모 행사시에 멤버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활용할 계획입니다.
NC문화재단 윤송이 이사장님은 사옥 개관 기념사를 통해 “재단 사옥의 중심에 자리한 프로젝토리는 생각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곳”이라며 “프로젝토리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우리 사회에 변화의 씨앗을 뿌리길 바라며, 대한민국의 미래세대가 더 큰 혁신의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고 하셨어요.
NC문화재단은 프로젝토리에서 만큼은 우리 아이들이 어떠한 간섭도 없이 자유롭게 마음 속 프로젝트를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 자기주도적 경험을 통해 진정한 삶의 주인이 되기를 바랍니다!